[야구 칼럼] 외야수비를 입체적으로, “Jump”에 대한 소개와 고찰
카테고리: Baseball
이 글은 Jake Federman의 “Exploring Outfileder Jump” 칼럼을 우리말로 해석하고, 이 글에서 얻은 바를 바탕으로 간단한 생각을 읊는 글입니다.
1. 외야수비의 최고봉을 가려보자. “OAA와 JUMP”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비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을 것이다. 박해민, 정수빈, 배정대 등… 이들의 호수비 편집본만 해도 10분이 부족할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호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있을까? 물론이다.
외야수비에서 잡기 어려운 타구에 가중치를 매겨 한 선수가 얼마나 수비를 잘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OAA(Outs Above Average)이다. 만약 아웃 가능성이 75%되는 타구를 잡았다면, 그 외야수는 0.25점을 획득하고, 만약 그 타구를 놓쳤다면 0.75를 잃는 식으로 계산되는 스탯이다. 아마 야구 스탯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논해볼 ‘Jump’라는 스탯은 야구를 꽤 좋아하는 이라도 생소할 확률이 크다. 메이저리그에선 Statcast의 도입으로 보편화된 스탯이지만, KBO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탯이다. ‘Jump’는 한 외야수가 얼마나 좋은 타구판단을 하는지, 얼마나 빨리 낙구지점으로 이동하는지, 얼마나 효율적인 루트로 이동하는지를 종합한 스탯이다. 즉, Jump가 높은 선수는 자연스레 OAA도 높을 것이라 추즉할 수 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알아보자. JUMP의 구성요소는 크게 3가지이다.
- reaction: 투수가 공을 던지고부터 1.5초까지 외야수가 아낀 거리. 초반 타구판단력과 반응속도를 알 수 있는 요소다.
- burst: 1.6초부터 3초까지 외야수가 아낀 거리. 타구 판단이 끝났다면, 열심히 뛰어가야 한다. 이 때 얼마나 빨리 낙구지점으로 가는지, 가속도가 얼마나 붙는지를 파악하는 요소다.
- route: 투수가 공을 던지고부터 3초까지, 직선거리와 대조했을 때 아낀 거리. 외야수의 플레이에서 이동 루트를 얼마나 정확하게 설정했는지를 판단하는 요소다.
2021년 시즌 메이저리그의 Jump 부문 TOP5는 다음과 같다.
Jump - 리그평균Jump | Jump | |
---|---|---|
Hernández, Enrique | 3.4 | 37.4 |
Kiermaier, Kevin | 3 | 37.1 |
Sánchez, Jesús | 2.6 | 36 |
Phillips, Brett | 2.4 | 35.4 |
McCormick, Chas | 2.3 | 35.3 |
꽤 흥미로운 지표가 아닌가. OAA가 타구를 처리한 결과를 놓고 계산하는 지표라면, Jump는 야수가 이동하는 과정만을 놓고 계산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색다르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2. Federman의 궁금증, “가장 영향이 큰 요소를 찾아보자”
미국의 스포츠 애널리스트 ‘Jake Federman’은 한 가지 궁금증을 품었다. “Jump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요소는 무엇일까? 만약 그런 요소가 있다면 그 요소를 중점으로 훈련하여 큰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어떤 요소가 Jump와 관련이 가장 깊은지를 알기 위하여 R프로그래밍을 활용한 상관관계분석을 진행했다.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모든 데이터는 Z-score로 표준화되었고, 알맞은 크기로 스케일링을 거친 후에 사용되었다.
3. 시간이 흘러도 잘 변하지 않는 요소는 무엇인가
그가 우선적으로 분석한 것은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요소를 찾는 것”이었다.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나이를 먹어도 하락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된다”라는 해석과 “꾸준히 훈련하면 일정하게 유지된다”라는 해석이다. 다시말해 그는 세 가지 요소가 훈련으로 충분히 커버가 되는 것인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year to year로 각 요인이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분석했다. 2017년의 reaction과 2018년의 reaction을 분석하고, 2018년과 2019년의 것을 분석하고…하는 식으로 말이다.
#분석결과
Burst average r = 0.701
Burst average R-squared = 0.493
Reaction average r = 0.853
Reaction average R-squared = 0.**724**
Route average r = 0.847
Route average R-squared = 0.715
- 참고지식: 결정계수는 적용한 모델로 설명 가능한 부분의 비율을 나타내므로, 변인 간 상관관계가 높을수록 1에 가까워짐. r은 피어슨 상관계수이고, R-squared는 결정계수이다.
결과를 보면, 가장 큰 상관관계를 갖는 건 ‘Reaction’였다. 해를 거듭해도 reaction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꾸준한 연습으로 잘 defined된 skill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route’도 높은 상관관계를 갖기는 하나, 분석 기간을 길게 잡으면(2016년의 route와 2020년의 route를 비교하는 경우), 그 관계가 약해진다는 맹점이 있다.
burst는 확실히 상관관계가 낮다. burst는 ‘속도’와 가장 밀접한 요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선수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기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Burst는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2016년의 burst와 2019년의 burst를 비교하면 차이가 보일 것이고, 이는 낮은 상관관계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즉, 노쇠화 앞에선 훈련으로 burst를 커버할 여지가 적어보인다.
4. Jump 지표와 가장 연관있는 요소는 무엇인가
다음으로는 Jump 지표 자체와 각 요소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어느 요소가 Jump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지를 알기 위함이다.
#분석결과
Burst average r = 0.91
Burst average R-squared = **0.827**
Reaction average r = 0.615
Reaction average R-squared = 0.374
Route average r = -0.164
Route average R-squared = 0.02
이번엔 아까와 사뭇 다른 결과다. ‘Burst’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띤다. 즉, Burst가 Jump 지표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반면 route는 음의 상관관계를 띠고 결정계수는 거의 0에 가깝다. Jump 지표를 거의 설명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5. OAA와 가장 연관있는 요인은 무엇인가.
다음으로는 각 요인들과 OAA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상기했듯이 Jump지표가 타구를 잡기 위해 얼마나 정확하게, 기민하게 움직이는지를, 즉 ‘과정’을 수치화 한 것이라면, OAA는 타구를 잡아낸 ‘결과’를 수치화한 것이다. 따라서 Jump의 각 요소가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에 얼만큼 기여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
Burst average r = 0.82
Burst average R-squared = **0.669**
Reaction average r = 0.391
Reaction average R-squared = 0.148
Route average r = -0.101
Route average R-squared = 0.007
Jump 지표와의 상관관계와 유사하다. 이번에도 ‘Burst’의 결정계수가 제일 높다. 따라서 Burst가 실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는 데에 가장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eaction은 그보단 미미하게 영향을 주고 있고, Route는 전혀 설명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6. OAA와 Jump은 서로 연관이 있는가
마지막으론 OAA와 Jump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았다. 이 둘 간의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정나면, 앞의 분석은 헛수고일 것이다.
#분석결과
Average r = 0.806
Average R-squared = 0.646
다행히도, 연구 목적에 부합하게 Jump는 OAA를 잘 설명하는 지표로 보인다.
7. Federman의 결론
이 글에서 얻은 분석 결과는 크게 세 가지다.
- Reaction은 부단한 훈련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되지만, Burst는 천부적이기도 하고,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 Burst가 Jump를 가장 잘 설명하는 요인이다.
- Burst가 OAA 역시도 가장 잘 설명한다.
Federman은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한다.
Burst가 비록 Reaction보다는 노력으로 메우기 어렵더라도, OAA와 가장 직결되는 요인이기에 Burst 향상을 위한 훈련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8. 비판
Burst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므로 이에 집중하자는 주장이 합리적이기는 하나, Route가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시킨 감이 있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상관관계이고, 독립변인 종속변인의 관계가 아니다. Route를 개선시키는 것은 분명히 수비 시의 이점을 가져다줄 것이다.
가령 Burst가 3, Reaction이 1, Route가 -0.5여서 Jump가 3.5인 선수가 있다고 해보자. “Route는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니 쓸모없고 나머지 둘을 늘리는 데에 주력하자”라는 생각은 통계가 낳은 어리석음의 끝판왕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Route가 오르면 Jump는 3.5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reaction과 burst도 뛰어난데 route까지 뛰어나면 얼마나 좋은 수비능력을 갖췄겠는가.
또한 Route는 트래킹 장비의 발전에 힘입어 다른 요소보다도 개선의 여지가 크다. 2019년에 ‘스포츠투아이’는 필드에서 야수의 움직임을 트래킹하는 FTS(Field Tracking System)를 선보인 바 있다. 이처럼 사기업에서는 이미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해내고 있다. 이같은 시스템이 MLB의 Statcast처럼 리그 전체에 잘 정착한다면, 선수들은 자신의 수비 로케이션을 모니터링하고, 불필요한 이동거리를 최소화하는 훈련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KBO가 영상장비의 덕택을 크게 못 보고 있는 듯하다. 2020년부터 전 구장에 ‘호크아이’를 도입하여 트랙킹 시스템을 통합한 메이저리그에 비하면 미진한 발전 속도다. 특히 대부분의 기록 싸움이 타격 능력과 투구 능력에 집중되어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Jump와 같은 스탯을 도입함으로써 수비수들의 수비 어빌리티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중요한 기록으로 눈여겨보는 변화가 필요하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고, 야구는 투수놀음이라지만, 모든 인플레이 타구의 향방은 수비수의 글러브에 달려 있으니 말이다.